2008/07/09 17:12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님의 '꽃'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문학소년과는 거리가 먼 저에게 시낭송회에 참여를 권했던 선생님 덕분에 암송한 시입니다.
그 때, 좋지 않은 목소리로 40여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했는지 모를 정도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중,고등학교를 남학교로만 다녀서인지, 여학생들 앞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러웠던 기억도 납니다.
그 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지..
어제 첫째 놈이 뒤집어 놓은 사진첩을 무심코 넘겨보다가 그 선생님과의 사진이 있기에 잠시 옛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혼자 살아가지 않는 이상, 원하든 원치않든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있겠죠.
기왕이면, 좋은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나의 '꽃'들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0